『죽음에 관하여』 책 후기 – 마음을 울리는 에세이
감정이 가라앉고 말도 하기 싫었던 밤, 조용히 책장을 넘기던 중 이 책이 제 마음속 어두운 구석을 토닥여 줬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허무함과 공허함 속에서, 『죽음에 관하여』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다가와 주더라고요.
무기력함이 쌓여가던 어느 저녁, 내 감정을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느껴질 때, 이 책이 조용히 나를 안아줬어요.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상실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는 따뜻한 시선이 가득했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르게 멀고 낯설고, 때론 무섭게 느껴지지만, 이 책은 그 두려움을 조금씩 지워줬어요. 슬픔을 덮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주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 곁에서 "괜찮아, 이 감정도 자연스러워"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읽는 동안 내 안에 있던 억눌린 감정들이 하나씩 풀어졌고, 오래된 이별의 상처들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었답니다. 『죽음에 관하여』는 단순히 ‘죽음’에 대한 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 『죽음에 관하여』 – 죽음이라는 주제를 껴안은 에세이
『죽음에 관하여(On Death and Dying)』는 스위스 출신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1969년에 출간한 책이에요. 그녀는 말기 환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관찰했고, 이를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를 정리했어요. 부정(Denial), 분노(Anger), 타협(Bargaining), 우울(Depression), 수용(Acceptance)이라는 다섯 감정의 흐름은 이후 수많은 학자들과 심리치료 현장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죠.
이 책은 단순한 심리학 이론서가 아니에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이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되죠. 환자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진심으로 다가오고, 그들의 고통과 사랑, 두려움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그리고 그 고통은 누구의 삶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가까이 느껴졌어요.
특히 저자가 환자들과 직접 나눈 생생한 인터뷰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소중히 여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내 삶도 돌아보게 되거든요.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나누는 말들은 상상보다 훨씬 평화롭고, 때로는 유쾌하기까지 해요. 생의 마지막에도 웃음과 위로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답니다.
또한, 책 전반에 흐르는 저자의 인간적인 시선이 정말 좋았어요. 그녀는 환자들을 단순한 ‘사례’로 보지 않고,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존중해요. 그 존중의 태도가 글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서,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책은 학문적인 의미를 넘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진짜 책이에요.
📝 기억에 남는 문장들
“사랑받은 기억은 죽음도 지우지 못한다.” 이 문장은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었어요. 사랑했던 순간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그 기억은 우리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메시지가 정말 깊게 와닿았어요. 누군가의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그 사랑은 내 안에 남아 나를 지탱해주는 걸요.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만큼,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문장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질문을 던져줘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지금을 진심으로 살아야 할 이유가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로 현재를 피하거나 외면하죠. 하지만 어쩌면, 죽음을 바라볼 용기가 있어야 삶을 더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누구도 완전히 준비된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이 말은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나는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이렇게 끝나도 괜찮을까’ 같은 걱정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죠. 그저, 그런 걱정 속에서도 하루를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의미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요.
그 외에도,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문장은 책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삶과 죽음은 결코 떨어진 개념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 일상 속 모든 순간이 더 소중해졌어요.
🌿 함께한 치유 루틴
이 책을 읽는 동안, 평소와 다른 독서 루틴을 만들었어요. 단순히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거였죠. 저는 침대 머리맡에 따뜻한 조명을 두고, 라벤더 향 아로마 디퓨저를 켜뒀어요. 향기는 감정을 정리하는 데 정말 큰 힘이 돼요.
책을 읽기 전에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틀었고, 핸드폰은 멀리 치워뒀어요. 그리고 책의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마음속에 울리는 감정들을 그냥 흘려보냈어요. 울컥할 때는 참지 않았고, 웃고 싶을 때는 웃었어요. 그 감정들을 솔직하게 마주하는 시간이 곧 치유였어요.
라벤더 향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줘요. 실제로 많은 심리상담사들도 향기 치료를 함께 병행한다고 하더라고요. 글을 읽다가 감정이 복받칠 땐, 눈을 감고 향을 천천히 깊게 들이쉬었어요. 그러면 어느새 마음이 정돈되었고, 다시 페이지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런 루틴은 단지 이 책을 읽을 때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른 감정적으로 무거운 책을 읽을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마음을 돌보는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어요.
💬 한 줄 요약
『죽음에 관하여』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삶에 대한 가장 진심 어린 고백을 담고 있어요. 말기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삶의 마지막 순간은 오히려 우리가 지금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줘요.
어느 날 문득 삶이 버겁고, 누군가를 떠나보낸 감정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면, 이 책을 천천히 꺼내 읽어보세요. 조용한 밤, 향기로운 공기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어줄 거예요. 이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더 잘 사는 법을 알려줘요.